까마귀보다 못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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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보다 못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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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지효(反哺之孝). 까마귀 새끼가 자란 뒤에 늙은 어미에게 먹을 것을 물어다 준다는 사자성어다. 우리나라에서 흉조로 여겨지는 까마귀마저 부모를 향한 효성이 지극하다. 성경에도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사람의 눈은 까마귀가 쪼아낸다는 표현이 나온다(잠언 30장 17절).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은 까마귀보다 못한 사람이 수두룩하다. 오래전 제주도에서 사목을 하시는 어느 신부님에게 들은 이야기다. 효도관광차 제주도에 왔다가 자식들에게 버려지는 노인들이 제법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주도 정도는 노인들이 집으로 찾아가기가 쉬워 동남아 지역이 인기(?)란다. 물론 액면 그대로 믿어야 될지 모르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참 슬픈 일이다. 

아들에게 전 재산을 빼앗기고 외국에 버려진 80대 노부부의 충격적인 사연을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외국에서 사업을 하던 아들은 부모에게 함께 살 것을 제안했다. 노부부는 아들의 말만 믿고 전 재산을 아들에게 송금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그런데 도착 사흘 만에 아들은 재산을 빼앗은 채 말도 통하지 않는 현지에 부모님을 내몰았다.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된 노부부는 자식에게 버림받았다는 배신감과 충격으로 몇 개월째 눈물로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외신에는 인도판 고려장 실태가 보도되기도 했다. 인도 노인들이 자식들의 초청으로 영주권을 받아 뉴질랜드에 정착해 어린 손자들을 돌보다가 손자들이 커서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지게 되자 가족들에게 버려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21세기 신종 고려장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자식들에게 버림받거나 학대받는 노인이 늘고 있다고 한다.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노인학대는 노인에 대해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2004년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전국에 20여 개 노인보호전문기관이 개설됐고, 전국 어디서든 ‘1389’번을 누르면 노인학대에 대한 상담이나 위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인보호전문기관들의 학대신고 접수 통계를 보면 대부분이 자녀들의 학대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자녀들에게 학대받은 노인들의 반응과 사례가 대개 비슷하다고 한다. 노인들은 학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지극히 꺼리고, 그 때문에 만성화된 문제가 대부분이라는 것. 그리고 상담기관이나 경찰 조사에서도 자식들의 신원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자식이 다칠까 봐 그렇단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노인학대가 더 이상 가정사로 머물러서는 안 되며 정책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 없이 내가 존재할 수 있을까. 부모 공경에 관해서 성경의 가르침은 엄격하고 단호하다. “아버지를 버리는 자는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과 같고 자기 어머니를 화나게 하는 자는 주님께 저주를 받는다”(집회서 3장 16절). 이 말씀은 불효자에 대한 징계를 단호히 경고하고 있다. 법을 지키지 않는 자가 처벌받듯이, 부모를 홀대하는 불효자는 불행과 파멸을 각오하라는 것이다. 부모 공경은 인간의 도리 이전에 하느님의 계명이다. 또한 자신의 삶에 축복을 안겨주는 지혜의 삶이다. 

출 처 : 중앙일보(사설칼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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